소록도 M치료실 유물, 첫 예비문화유산 되다: 두 간호사의 숭고한 헌신을 기억하며

며칠 전 가슴 뭉클한 소식을 접했습니다. 바로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의 '소록도 마리안느·마가렛 치료·간병 도구'가 우리나라 최초의 '예비문화유산'으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. 이 소식을 듣고 단순한 유물 선정을 넘어,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사랑을 실천했던 두 분의 삶이 비로소 국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.


오늘은 이 뜻깊은 소식과 함께,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무엇이며 소록도 M치료실 유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제 경험과 생각을 담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.


새롭게 시작된 '예비문화유산' 제도란?


먼저 '예비문화유산'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.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제도인데요, 국가유산청이 2024년 9월부터 도입한 새로운 문화유산 보호 제도입니다.


핵심은 건설·제작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중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을 미리 선정하여 보호하는 것입니다. 아직 등록문화유산이 되기엔 연대가 부족하지만, 사라지거나 훼손될 경우 그 가치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선제적으로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


분유통과 거즈통에 담긴 숭고한 정신, M치료실 이야기


이번에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물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,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소록도에서 환자들을 돌볼 때 사용했던 물건들입니다. 분유통, 거즈통 등 총 28종 68점에 달하는 이 유물들은 올해 선정된 예비문화유산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.


이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이 특별한 이유는, 그 안에 담긴 두 분의 헌신적인 삶 때문입니다. 두 간호사는 머나먼 타국 땅, 세상의 편견이 가장 깊었던 소록도에 와서 한평생을 한센인들의 곁을 지켰습니다. 이 유물들은 그분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만든 'M치료실'에서 사용되었던 것들로,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려 했던 치열한 노력의 증거입니다.


현재 M치료실은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1층에 있으며, 외부에서나마 그 흔적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고 하니, 언젠가 꼭 한번 방문하여 그 숭고한 정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.



최초의 예비문화유산 선정 과정


이번 첫 예비문화유산 선정은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. 관련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.



  • 2025년 11월 11일: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총 10건의 예비문화유산 상정안 가결

  • 2025년 11월 21일: 관보 고시를 통해 최종 선정 확정

  • 2025년 12월 1일: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정증서 수여식 개최


소록도 M치료실 유물과 함께 다른 여러 근현대 유산들도 함께 첫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. 이번 선정을 시작으로 우리 곁의 소중한 근현대사 자료들이 더 체계적으로 보존되기를 기대해 봅니다.


역사를 품은 유산,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


국립소록도병원 박종억 원장 직무대리는 "이번 선정을 계기로 근현대 역사를 품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"이라고 밝혔습니다. 그의 말처럼, 이번 선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.


단순히 유물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, 그 안에 담긴 차별과 편견 극복의 역사,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.


자주 묻는 질문(FAQ)


Q. 예비문화유산이 정확히 무엇인가요?

A. 제작·건설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중, 미래에 등록문화유산이 될 가치가 높아 미리 보호하기 위해 선정하는 제도입니다. 국가유산청이 2024년 9월부터 도입했습니다.


Q. 소록도 'M치료실'은 직접 볼 수 있나요?

A. 네,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1층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외부에서 관람이 가능한 형태로 공개되어 있습니다. 방문 전 운영 정보를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.


Q.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어떤 분들인가요?

A.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동기로, 1960년대 초 소록도에 자원봉사자로 와서 40년 넘게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적인 간호와 봉사 활동을 펼친 분들입니다. 2005년 조용히 고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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